2002년 첫 출간되어 20년 동안 사랑받아 온 그림책 <야, 비 온다>가 2022년 개정판으로 새 옷을 입었다. 비가 오는 여느 날의 풍경과 평범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그린 이 작은 그림책이 이토록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재치 있고 따뜻한 상상력과 입에 착착 붙는 간결한 입말, 비 오는 날의 다채로운 기쁨을 장난스럽게 그려 낸 그림도 그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책에 담긴 맑고 순수한 동심 때문일 것이다. 비 오는 날 세상으로 달려 나가 온 감각으로 비를 맞고 그 기쁨을 세상의 모든 존재와 나누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독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이에게 우산이 생겼다. 그렇게 갖고 싶던 내 우산, 작고 동그랗고 손잡이가 꼬부라진 우산. 단이는 날마다 비가 오길 기다린다. 토독 토독 톡토독. 드디어 비가 오고 단이는 신이 나서 우산을 펴 들고 밖으로 달려 나간다. 작고 동그란 우산에는 작고 동그란 빗방울이 조롱조롱 매달린다. 단이는 눈에 보이는 모두에게 자기처럼 우산을 씌워 주고 싶다. 그러자 민들레, 고양이, 개미, 자동차, 신호등… 모두들 우산을 꺼내 쓴다. 비는 그치지 않고 신나게 내리고 다 같이 우산을 쓰고 비를 맞는다. 토닥 토닥, 투둑 투둑. 탁타닥 타닥. 어느새 비가 그치자, 민들레도 고양이도 개미도, 모두들 우산을 접어 숨기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시치미를 뗀다. 아직 미련이 남은 단이도 별 수 없이 우산을 접고 원망스레 하늘을 쳐다보는데, 이게 웬걸, 하늘은 아직 우산을 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무지개 우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