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해 보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생업을 잇던 심너울 작가는 2018년 여름 단편 '정적'으로 데뷔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수준 높은 중단편과 장편 소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데뷔 1년 6개월 만에 단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 SF 어워드에서 기라성 같은 후보작들을 제치고 중단편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어 같은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마켓 토리코믹스어워드까지 받으며 한국 SF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데뷔 2년 만에 작가 심너울의 진면목을 보여줄 작품들을 모두 모은 본격 중단편소설집이 나왔다.


이미 퇴근을 했어도 퇴근이 하고 싶은 대학원생의 웃픈 연구를 다룬 '초광속 통신의 발명'을 시작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10년 가까이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기업 산하 연구원들이 벌이는 블랙 코미디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욕실에 물때가 끼는 이유조차 모르는 무능한 이혼남에게 생긴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등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동시대 청년의 눈으로 본, 지금 우리 사회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