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キム・ヒョン)著|민음사|2023-09-11|260ページ

去る人の長い別れのあいさつのような、長く低く遅い短調の歌を込めた詩人キム・ヒョンによる詩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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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현의 일곱 번째 시집 『장송행진곡』이 민음의 시 316번으로 출간되었다. 폭력의 시대에 얼어붙은 입술을 열고 호시절을 상상하게 만들었던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길고 낮고 느린, 단조의 노래를 들려준다. 떠나는 이들이 떠나는 시간만큼 울려 퍼지는 오랜 작별 인사 같은 시집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김현 시인은 시집을 여는 자서에 “어느 밤에 들었던/ 장송행진곡의 아름다움”에 대해 쓴다. 그리고 자서는 “저는 다시 희망을 품어 보려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죽음을 잘 떠나보내는 노래에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인간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하지 못하는 일에 지친 살아 있는 우리는, 인간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해 주는 형식과 음악으로부터 위로를 얻고 희망을 품는다.

시인이 음악을 들은 곳에서, 그 낮고 서러운 음악이 끝난 자리에서 시가 시작된다. 음악이 지나가도 거기에 남아 있는 파동과 진동을 이어받은 종소리로 시집은 문을 연다. 재잘거리는 말소리로 생활을 얻고, 응어리진 마음을 울음소리로 내보내고, 혐오와 이기로 점철된 싫은 소리를 잘 소화시켜 응축한 그것은 김현의 시가 된다. 이윽고 모든 것이 잦아든 침묵이 들릴 때, 그 소리 없음에서 우리는 시인이 발견했던 것과 비슷한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시끄러운 절망이 지나간 자리에 웅크린 희망 같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