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모든(ウン・モドゥン)著|문학과지성사(文学と知性社)刊|2022-05-16|290ページ|


은모든 작가의 첫 연작소설집. 생생한 인물 구성과 발랄한 전개를 통해 그야말로 페이지터너의 표본을 선보인 은모든. 이번 연작은 세 명의 인물이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일곱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그의 특장이 빛을 발한다.

막연한 낙관도, 침잠하는 비관도 없이 은모든 소설의 여성들은 ‘그냥 한다’. 그냥 일하고, 사랑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힘든 일도 삶의 일부로 포용하는 현실적인 태도는 그간의 경험에서 쌓인 연륜에서 온 것이리라. 실패하고 넘어져도 친구들과 여행 가서 맥주 마시며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삼십대 여성들이 맞게 되는 보통의 시련, 그러나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그 올올의 마음을 담아내면서도 전체적으로 발랄하고 산뜻한 톤앤매너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사십대가 머지않은 여성들의 방황하는 커리어, 한없는 가사노동과 육아, 확신보다는 물음으로 가득한 사랑을 둘러싼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여름밤 여자 친구들과 유쾌한 와인 한잔이 간절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렵사리 휴가를 내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당신, 지친 밤 맥주 한 캔의 위안을 찾는 당신, 익숙하게 통근 지하철에 오른 당신, 마음에 딱 맞는 한 조각의 이야기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