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キム・チョヨプ )著|최인호(チェ・イノ)絵|마음산책刊|2021.11|216ページ|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지금 이 시절은 ‘김초엽’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2018년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그는 문단 안팎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꼼꼼히 새겨놓았다. 탁월한 상상력을 자양분 삼아 꾸준히 발표해온 작품들로 보건대, 김초엽이 단기간에 획득한 수많은 성취와 수식어는 마땅한 것으로 느껴진다.

마음산책 열두 번째 짧은 소설은 한국 SF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소설가 김초엽의 『행성어 서점』이다. 그는 “산뜻한 이야기의 마을”에서 수집해온 열네 편의 이야기를 진진하게 펼쳐간다.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에서 출발하는 작품들은 장애와 혐오, 이종(異種)간의 갈등과 공존, 환경 파괴 같은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안은 채 우주적 세계로 향한다.

수술 후유증으로 무엇이든 몸에 닿으면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접촉 증후군’ 환자 파히라(「선인장 끌어안기」), 뇌에 통역 모듈을 심어 수만 개의 은하 언어를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시술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교수(「행성어 서점」), 균사체 연결망이 집단 지능을 구축하고 있는 늪에 갑자기 나타난 유약한 미지의 소년(「늪지의 소년」), 폐허 직전의 휴게소 한 편에 위치한 기이한 식당의 의문투성이 주인(「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은 이 세계의 별종이자 이방인들이다. 김초엽은 나와 다른 타자, 나아가 소수자의 삶을 독자가 직접 마주 보게 함으로써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긍정을 넘어 공존을 모색하도록 도모한다.

그간 마음산책 짧은 소설은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행성어 서점』에는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며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최인호(Dion Choi)가 함께했다. 동화 같은 상상력에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을 덧입힌 서정적인 그림들은 이야기의 여운을 배가시킨다.


【目次】
작가의 말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 선인장 끌어안기
- #cyborg_positive
-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
- 행성어 서점
- 소망 채집가
- 애절한 사랑 노래는 그만
- 포착되지 않는 풍경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 늪지의 소년
- 시몬을 떠나며
- 우리 집 코코
- 오염 구역
-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 가장자리 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