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가 슬픈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열린 방문 사이로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아이는 슬퍼진다. 마지막 장면, 같은 아이가 역시 정면을 바라본다. 하지만 표정은 완전히 다르다. 무언가 굉장하고 흥분되는 일을 경험한 듯 아이는 행복해 보인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집 바깥으로 나온 아이 앞에 검은 새가 나타난다. 아이는 검은 새를 마주 보며 생각한다. ‘나도 너처럼 멋진 날개가 있었으면…….’ 바로 다음 순간 검은 새가 아이를 압도할 만큼 커진다. 검은 새가 아이를 들어 올려 등에 태우고 날기 시작하고, 자기가 불러낸 검은 새와 한몸이 된 아이는 구름을 뚫고 올라가 큰 바람을 쫓아 들판을 건너는데….

석판화로 찍은 그림은 아이가 경험한 판타지 세계를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는 검은색만 사용했다. 검은색은 때로는 하늘을 뒤덮는 검은 새의 날개가 되기도 하고 바람이 되기도 하는데, 흰 바탕과 강한 대비를 이루어 하늘을 날 때의 속도감과 아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결까지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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