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없는 세대와 미래 없는 시대를 사유하는 작가 박솔뫼의 네번째 장편소설. 다섯 권의 책을 내는 동안 박솔뫼는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에 네 번 선정되었으며 문지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소설에서도 박솔뫼 특유의 '쉼 없이 흘러가다가 익숙해질 무렵 덜컥 변하는 리듬 같은 문체'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공간'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머리부터 천천히』 속에서 발밑을 디딘 공간이 어디인지 모르고 '흘러가버리는 사람들', 세계를 헤매는 점 같은 존재들은 자신들이 지도 위에 그리는 선이 영영 겹쳐지지 않는다 해도 절망에 빠지지 않으며, 이야기로써 서로의 존재를 증거한다. 사실 박솔뫼의 소설과 '세대'나 '시대' 같은 거창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시제가 증발한 시공간과, 어디에서든 하루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표지판(묘비명)처럼 불쑥불쑥 나타나 저마다의 역사인 '기억'으로 시간과 공간을 증언하는 사람과 사물들의 이야기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주 당연하고 평평하게 바로 그렇게' 전하는 문장들의 '어디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의 선명함'이 박솔뫼의 이야기를 '오늘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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