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삶창시선 50권. 2004년 「제주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종형 시인의 첫 시집. 4.3으로 생긴 깊은 개인의 상처가 기저음으로 깔려 있다. 이 개인의 상처는 그러나 점점 더 가지를 무성히 뻗어 역사적 사실과 만난다.

"육군 대위였다는 육지것 내 아버지"를 둔 죄로 "어머니의 작은 방/ 그 방바닥"에 파묻힐 뻔했던 갓난 화자는 훗날 "시공의 경계를 단숨에 건너/ 이제 막 돌아온 작은 생명 하나로/ 마침내 한 家系"를 이룬다. 손주의 탄생이 주었을 삶에 대한 경외는 그러나 전혀 사적이지 않다. 도리어 이런 개인의 상처와 삶의 여정을 통해 제주 4.3이 남긴 역사적 상처가 감각적으로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