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선著/창비刊行/2020.6.26/154×294mm/50頁

병풍(아코디언) 제본으로 묶인 양면 4미터 너비의 대형 보드 그림책.
책을 어떻게 펼쳐 보는지에 따라 다양한 감각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독자에게 작품의 능동적 참여자가 되기를 권한다. 전체 면을 펼치고 감상하면 탁 트인 기차역 풍경을, 한 면씩 꼼꼼하게 보면 작품의 세부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서 읽으면 달리는 기차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앞면은 기차역에 도달하는 이들을 환대하는 말로, 뒷면은 떠나는 이들을 환송하는 말로 쓰였다.

스쳐 지나기 쉬운 작디작은 존재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이야기는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호선 작가는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는 우리의 일상을 여행자들이 오가는 기차역 풍경에 빗대어 표현했다. 한눈에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구석구석 관찰하면 소박한 인물들이 보인다. 그들이 제자리에서 반짝이며 일군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의 매일에 따스한 조명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