黒山の作家キム・フンさんの長編小説

강 건너 저편으로 가지 못하고 결국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장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들로 보여주었던 <공무도하> 이후 꼬박 일 년, 김훈이 장편소설 <내 젊은 날의 숲>을 선보인다. 소설은 작가가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라며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본 세상의 풍경, 그 풍경이 돌려준 질문의 기록이다.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메말랐다. 그의 목소리는 음성이 아니라 음량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 목소리는 뭐랄까, 대상을 단지 사물로써 호명함으로써 대상을 밀쳐내는 힘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러서, 내가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자리에다 나를 주저앉히는 듯했다. 그렇게 낯선 목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첫 순간에 이미 그 이후의 시간과 마음과 관계를 결정짓는 어떤 만남의 순간을 김훈은 보여준다. 그전 김훈의 인물들이 각 개인 안에서 인간 일반의 희노애락의 어떤 모습을 그려냈다면, <내 젊은 날의 숲>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가 닿고, 서로에게 서로를 관계짓는다. 그의 소설이 풍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한번 서로에게 가 닿는 현장인 것이다.